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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전단지에 쓰여있기에는 어색한 단어들이지만, 어딘가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데자뷰, 사명, 각성’
‘지금과 같은 상황이 또 일어났었던 것 같지 않나요? 일상에서 데자뷰를 겪고 계신다면, 당신은 세상을 구할 사명을 받은 사람입니다. 각성을 통해 힘을 개방하고 세계 멸망에 대비하세요.’
내가 오늘 겪은 것은 익숙한 일의 연속이었다. 명함을 발견한 것도, 교회 전단지도 심지어 부모님의 죽음도 이미 겪어본 일 같았다. 전단지에 나온 데자뷰 현상이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이 상황을 혁신교회 전단지에서 정확히 가리키고 있다. 이 교회에 빨리 가봐야 한다. 억제할 수 없는 두근거림이 나를 몰아붙였기에, 나는 서둘러 혁신교회의 위치를 스마트폰 지도에서 찾아 집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너무 늦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내 몸을 지배했다. 익숙한 시린 바람이 내 발목을 감쌌다.
나는 버스를 타고 혁신교회로 향했다. 버스 창문 밖으로 본 하늘은 새빨갛게 타오르고 있었다. 버스는 빠른 속도로 바람을 타듯 이동했다. 혁신교회에 도착했을 때는, 하늘이 아직 붉을 때였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안도감이 들었다. 교회 창문에 붙은 익숙한 붉은 십자가와 투박한 글씨가 나를 기다리고, 건물 안 쪽으로 보이지 않는 존재가 나를 들어오라고 재촉하는 듯했다. 나는 교회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형광등 빛으로 환한 교회 안에는 한 노인과 검은 옷을 입은 중년 남성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노인은 흰 수염과 살집이 있는 체형을 가지고 있어 마치 산타할아버지를 연상시켰다. 내가 교회 안으로 들어서자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에게서 무슨 볼일이 있냐는 표정이 떠올랐다. 나는 노인을 남성과 떨어뜨려 놓아야 한다는 출처 없는 생각이 들었고, 노인 앞으로 다가갔다. 긴장이 된다. 노인을 교회 밖으로 나가게 해야 한다. 나는 급히 핑계를 떠올렸고, 노인에게 밖에서 찾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둘러댔다. 노인은 눈을 크게 뜨며 나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향해 그 사람에게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노인과 함께 교회 밖으로 나오는 데 성공했다. 체내의 긴장감이 공기 중으로 휘발되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나는 혁신교회와 멀어지기 위해 일단 노인과 한참을 걸었다. 노인을 찾는 사람이 없었기에, 빨리 둘러댈 말을 생각하는 찰나, 노인이 먼저 말을 꺼냈다.
“나를 찾는 사람은 없죠?”
나는 멈칫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은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혹시 내가 죽는 장면을 봤었나요?”
나는 당황했다. 지금 살아있는 사람이 죽는 걸 본 적이 있냐니. 그럴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노인의 얼굴을 바라보니 그의 고요한 응시에, 언뜻 노인이 살해당했던 것 같기도 했다. 나는 희미한 기억이 떠올랐다. 노인이 교회에서 본 중년 남성에게 피살되는 장면이었다. 나는 과거에 겪지 않은 기억이 떠올랐고, 노인은 그 기억을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놀란 채로 노인을 쳐다봤고, 그는 빙그레 웃었다. 그의 미소를 보고 나서야 그의 주변에 항상 있었던 신비로운 기운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는 미지의 이질감을 품고 있었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내가 처음 그를 마주했을 때부터 평범한 노인의 범주에 없었다. 나는 그에게 이끌려 그에게 다가간 것일 수 있다.
“혹시 날 집으로 초대해 줄 수 있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네.”
나는 그에게 홀린 듯이 수락했다. 마치 어떤 부탁이든 들어주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와 나는 집에 도착했다. 그는 식탁에 앉아 차 한잔을 요청했고, 나는 집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코코아를 타서 노인 앞에 내려놓았다. 코코아는 따듯한 냄새를 방 안에 가득 퍼뜨렸다. 향기만큼 노인은 화사하게 웃으며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입을 컵 안에 담갔고, 그의 수염은 빈틈으로 삐져나와 초콜릿 샤워를 했다. 그 수염을 보니, 문득 코코아를 마시던 크리스마스날이 떠올랐다. 코코아에서 빠져나와 고개를 든 그의 얼굴은 그림으로 그린 듯 산타 할아버지와 닮아 있었다. 나는 먼저 말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