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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가 가사가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가 혁신교회와 한편인지 아닌지 파악하고, 만약 같은 편이라면, 부모님을 지인이라고 속이고 부모님에 대해 물어볼 것이고, 아니라면, 솔직하게 털어놓기로 계획했다. 나는 계속 교회 관련자로 속인 채, 찬송가 관련해서 이야기할 것이 있다고 둘러대며, 김진주 작곡가와 미팅 날짜를 잡았다.
***
미팅 장소는 김진주 작곡가의 집 근처의 카페였다. 나는 카페 안에 먼저 와서 김진주 작곡가를 기다렸다. 얼마 후, 카페 안으로 부스스한 머리의 여성이 들어왔다. 여성은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있었고, 간편한 차림새였다. 얼굴은 무기력함과 피로로 녹고 있는 듯했다. 여성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따로 자리를 잡아 앉았고, 이윽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 핸드폰의 전화벨이 울리자, 여성은 내 쪽으로 돌아서 나를 바라봤다. 여성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번졌고, 여성은 터벅터벅 걸어 내 앞에 왔다. 간단한 인사를 건넨 뒤, 여성이 내게 물었다.
“혁신교회 관계자시라고요? 너무 어려 보이시는데요……”
“……네.”
당황한 목소리로 내가 대답했다. 관계자가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줄은 몰랐다. 김진주 작곡가의 얼굴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그녀는 자리를 떠나려 몸을 돌렸고, 나는 그녀를 붙잡았다. 서둘러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가 떠날까 봐 최대한 간단하게, 찬송가 가사에 관해 말했다. 우연한 계기로 혁신교회에서 찬송가를 들었는데, 가사에 ‘신을 살해한다’는 말이나 ‘여러 명의 신이 존재한다’는 말 등이 등장했으며, 곡의 의뢰한 혁신교회는 사이비 종교 같다고 말했다. 혹시 김진주 작곡가께서 모르시고 계실까 봐 이야기해주고 싶었다고 말을 얹었다. 작곡가는 얼굴을 일그러뜨렸고, 이내 분개했다. 본인의 노래가 사이비 종교에 쓰이길 원하지 않으며, 지금 쓰고 있는 노래는 폐기하고, 혁신교회에 항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주 작곡가는 이야기해 줘서 고맙다고, 교회에 항의를 할 것이라고 말하며 자리를 떴다.
그녀가 빠르게 나가는 바람에 부모님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 하지만 작곡가가 혁신교회와 같은 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니, 다음에 편하게 부모님에 대해 물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김진주 작곡가가 떠난 자리를 잠깐 쳐다보다가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집에 도착했더니 긴장감이 풀리면서 피로가 몰려왔다. 나는 어제보다 한결 쉽게 잠이 들었다.
***
우중충한 오후였다. 비가 한 바닥 쏟아진 뒤 물안개가 바닥에 짙게 깔려 물방울 알알이 발목에 걸렸다. 물방울은 포근한 가을 이불처럼 지면을 감싸는듯했다. 시린 오후의 해가 서쪽의 반을 지나고 있을 때, 부드러운 평화를 깨고 인공적인 높은음이 고막을 반복적으로 두드렸다. 소리의 원인은 주머니 속 핸드폰이었다. 핸드폰을 받으려던 순간, 알 수 없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왠지 받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계속 울리는 핸드폰에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기 너머로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음성이 들려왔다. 음성의 주인이 나에게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왔다. 역시 받지 말아야 할 전화였다.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친절하게 말을 이어갔다.
“오후 12시 3분 이진경 님과 최상필 님께서 한암 병원에서 사망하셨습니다.”
이윽고 부모님의 장례절차에 관한 설명이 들려왔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
나는 세 명의 가족이 함께 살기 적당한 넓이의 집에서 혼자 서재 방바닥에 덩그러니 앉아,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부모님의 죽음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불분명한 사망 원인과, 왠지 내가 이미 이 일을 알았었던 것 같은 기시감. 부모님의 사망 소식을 듣기 전, 나는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 책에 꽂힌 작은 명함이 눈에 들어왔다. ‘혁신교회’. 어디서 인가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명함을 한쪽에 치워 두고, 책을 계속 정리했다. 책 절반을 정리했을 즈음, 또다시 혁신교회 물건을 발견했다. 책들 사이에 선교 전단지가 끼워져 있었다.